(헌법정신 훼손하는 왜곡된 역사논쟁 중단해야 합니다)
산적한 민생현안에 대해 논쟁하고 선거를 통해 그 해결 방향을 결정해야 할 때에 어리둥절하게도 역사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했다는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둘러싼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영화를 언급하면서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하신 분"이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개혁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박수영 의원은 “4월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이고, 반드시 자유 우파가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공천 신청자들은 앞다퉈 이 영화를 관람하고 인증하기에 바쁘다고 합니다.
농지개혁은 오늘 민주당의 뿌리라 하는 한민당의 지주 옹호를 위한 방해와 지연책, 그리고 이승만 정부의 우유부단을 넘어서며 오랜 기간 전근대적인 토지제도 개혁을 위해 싸워 온 농민들의 분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누군가의 결단으로 포장하는 것은 역사적 왜곡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또한 그 긍부정의 의미를 과거와 오늘을 관통하며 평가해야 할 부분이지 대한민국의 오늘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자의적인 역사해석입니다.
더욱 더 나쁜 것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빌어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나라입니다.
4·19혁명은 누구의 어떤 불의에 대한 항거였습니까?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당과 여당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에 대한 전 국민적 항거였습니다. 이것은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듯이, 그가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사건을 통해 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직을 이어갔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급기야 전국적인 부정투표를 감행했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쫓기듯 대한민국을 떠나버린 것은 누구나 아는 일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4·19와 5·18은 우리 국민들의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양대 산맥입니다. 그런데 4·19가 해결한 전직 대통령을 미화하면서 동시에 5·18 정신을 인정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일주일 전 인천 현대제철에서 30대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있었던 것이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그제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또 60대 노동자 한 명이 숨졌고, 50대 노동자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금융기관들이 금융 이자수익으로만 한 해 60조원을 챙기는 나라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12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70년도 더 지난 역사를 뒤적이며 서로 정략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옳네 그르네 할 만큼 우리나라가 한가하지 않습니다. 굳이 역사적 사실을 파고들면 양당은 사실상 오십보 백보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역사를 불러와 정략에 쓰는 구태 중단합시다. 헌법정신 훼손하는 왜곡된 역사논쟁은 이제 그만 합시다.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국민을 보고 정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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